'탁구 영웅'에서 한국 스포츠 행정의 수장으로!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의 취임을 많은 분들이 주목하고 응원했을 텐데요.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요? 취임한 지 겨우 한 달 만에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는 소식이 들려와 저도 깜짝 놀랐습니다. 바로 유 회장이 과거 대한탁구협회 회장으로 있을 당시 불거졌던 '후원금 인센티브'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며 그의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제 막 새로운 리더십으로 한국 체육계를 이끌어가려던 참인데, 시작부터 큰 암초를 만난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드네요.
# 선거 때 불거진 의혹, 현실이 되다
기억하시나요? 올해 1월 치러진 대한체육회장 선거 과정에서 경쟁자였던 강신욱 후보가 유승민 당시 후보를 향해 날카로운 의혹을 제기했었습니다. 유승민 후보가 탁구협회장 시절 후원금을 부적절하게 '페이백' 형태로 사용했고, 2020 도쿄 올림픽 국가대표 선발 과정에서도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는 내용이 SNS 등을 통해 퍼지고 있다며 해명을 요구했었죠.
당시 유승민 후보는 이를 "근거 없는 네거티브 공세"라고 강하게 반박했습니다. 기자회견까지 열어 후원금 인센티브 논란에 대해 "더 많은 후원금 유치를 위해 인센티브 제도를 만든 것은 맞다"고 인정하면서도, "요점은 제가 돈을 받았냐 안 받았냐는 것일 텐데, 저는 100억 원의 후원금 중 직접 유치한 28억 5천만 원에 대해 단 한 푼의 인센티브도 받지 않았다"고 결백을 주장했습니다. 또한 매년 대한체육회 감사를 받았고, 거기서도 아무런 지적 사항이 없었다고 강조하며 논란을 정면 돌파하려 했죠.
솔직히 그때는 선거 막판에 흔히 나오는 네거티브 공방 정도로 생각하고 '설마 큰 문제가 있겠어?'라고 넘겼던 분들도 많았을 겁니다. 저 역시 유승민 후보의 단호한 해명을 믿고 싶었고요. 하지만 최근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스포츠윤리센터가 내놓은 조사 결과는 당시 유 회장의 해명과는 상당히 다른 내용을 담고 있어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선거 때 제기된 의혹이 단순한 흠집 내기가 아니었을 수도 있다는 정황이 드러난 셈입니다.
# 스포츠윤리센터의 조사 결과, 무엇이 문제였나?
스포츠윤리센터는 지난 14일, 대한탁구협회(기사에서는 A협회로 표기되었지만 사실상 탁구협회를 지칭)의 후원금 인센티브 지급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그 내용은 상당히 심각합니다.
센터는 탁구협회 전·현직 임직원 중 2명이 인센티브를 부당하게 지급했거나 받았다고 판단하고, 이들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수사기관에 고발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2명 중 1명이 바로 유승민 회장의 오랜 스승이자 2004년 아테네 올림픽 금메달의 순간을 함께했던 김택수 현 국가대표선수촌장이라는 사실입니다. 김택수 촌장은 지난 4월 1일 자로 선수촌장에 공식 임명되어 한국 스포츠의 미래를 책임질 중책을 맡았는데, 이런 혐의를 받게 된 것이죠.
윤리센터의 설명에 따르면, 탁구협회가 재정 자립도를 높이기 위해 인센티브 규정을 만들고 기금을 조성했다면 그 목적에 맞게 사용해야 합니다. 하지만 김택수 촌장 등은 '협회 임원은 보수를 받을 수 없다'는 정관 규정을 위반하고, 자신들이 유치한 후원금의 10%에 해당하는 금액을 '성공 보수' 명목으로 받아 갔다는 것입니다. 아니, 협회 같은 공익적 성격의 단체에서 임원이 수천만 원에 달하는 성공 보수를 받는다는 게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시나요? 이는 명백히 협회 규정을 위반하고 단체의 공익적 성격에도 부합하지 않는 행위라는 지적입니다.
윤리센터는 이들이 임원으로서의 임무를 위배하여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했고, 그 결과 협회에 해당 금액만큼의 손해를 끼쳤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형법상 업무상 배임죄(제356조)에 해당한다고 보고 고발 조치를 결정한 것입니다. 업무상 배임죄는 결코 가벼운 범죄가 아닌데, 한국 탁구의 레전드들이 이런 혐의에 연루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참 씁쓸합니다.
뿐만 아니라, 당시 협회장이었던 유승민 회장을 포함한 4명에 대해서는 인센티브 규정을 제정하고 집행하는 과정에서 직무를 태만히 했거나 정관 등 관련 규정을 위반했다고 판단하여 징계를 요구하기로 했습니다. 이는 당시 협회 최고 결정권자였던 유승민 회장에게 관리 감독의 책임이 있음을 지적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 4명 중 1명은 현재 대한체육회의 임원이기도 하다고 하니, 파장이 대한체육회 내부로까지 확산되는 모양새입니다.
이에 더해 스포츠윤리센터는 대한탁구협회에 대해서도 기관 경고 조치를 하고, 부당하게 지급된 인센티브 전액을 환수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권고했습니다. 이 정도면 정말 사안이 심각하다는 것을 알 수 있죠.
# 유승민 회장과 체육회의 미래는?
이런 상황이 발생하자 대한체육회는 그야말로 '비상'이 걸렸을 겁니다. 회장 본인이 징계 대상이 되었고, 회장이 직접 발탁하여 임명한 국가대표선수촌장은 형사 처벌 위기에 놓였습니다. 게다가 또 다른 체육회 임원까지 징계 대상에 포함되었다고 하니, 유승민 회장의 리더십은 임기 초반부터 심각한 시험대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일단 대한체육회는 스포츠윤리센터로부터 관련 문서를 정식으로 받은 뒤, 내부 검토를 거쳐 대응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이의 제기 절차를 포함한 모든 방안을 염두에 두고 조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선거 과정에서 유승민 회장이 내놓았던 해명과 스포츠윤리센터의 조사 결과가 정면으로 배치되는 상황이라, 유 회장의 입지는 상당히 불안해질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만약 향후 수사 결과 김택수 촌장의 업무상 배임 혐의가 사실로 확인되고, 유승민 회장에 대한 징계 절차가 진행된다면, 이제 막 닻을 올린 '유승민 호'는 큰 위기를 맞게 될 것입니다. 리더십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체육회 운영 동력을 상실할 수도 있고, 이는 한국 스포츠계 전체의 혼란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정말이지 걱정이 앞서는 상황입니다. 선수 시절의 영광을 뒤로하고 행정가로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유승민 회장에게 닥친 이 위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대한체육회 수장으로 선출된 지 불과 한 달. 유승민 회장은 선수 시절 쌓아 올린 명성과 국민적 기대 속에 임기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과거 탁구협회 시절의 문제가 이렇게 예상치 못한 암초가 되어 앞길을 가로막을 줄 누가 알았을까요. 스포츠윤리센터의 조사 결과는 상당히 구체적이고 엄중해 보입니다. 물론 아직 수사나 징계 절차가 남아있고 최종 결론이 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유승민 회장 개인의 문제를 넘어, 대한체육회라는 한국 스포츠 컨트롤 타워 전체의 신뢰 문제로 번질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스럽습니다. 부디 앞으로 진행될 모든 절차가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루어져 진실이 명명백백하게 밝혀지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만약 책임져야 할 부분이 있다면, 그에 합당한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추락한 스포츠계의 신뢰를 회복하는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앞으로 이 사안이 어떻게 매듭지어질지 계속해서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겠습니다.